4년 정도 게임 업계에서 게임 콘텐츠나 레벨디자인 등의 기획자로 일을 하다가 웹/앱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전향한 6개월차 개발자 너구리 입니다.
제가 덜렁대고 어리숙하게 행동하는 부분이 있긴한데, 혹시 솜사탕 씻은 너구리짤 아시나요? 너구리가 솜사탕을 물에 씻다가 녹아서 사라지자 망연자실한 짤을 말하는데 그 모습이 저와 닮았다고 해서 너구리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지인이 퍼뜨린것도 사실이지만, 어느순간부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부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게 정착되다보니 저도 받아들이게 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제 아이덴티티가 된 것 같아요. 이 별명으로 불린지도 벌써 10년은 된거 같은데 너구리라는 동물이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해서 이 닉네임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 솜사탕 씻은 너구리 짤
너구리 앞에 있는 ‘고향 온’ 은 수식어 같은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예를 들면 얼마전까지는 여행차 일본에 있었어요. 그래서 여행기간 동안은 ‘여행 가는 너구리’ 였는데 귀국해서 한국 온 뒤로는 ‘고향 온 너구리’라고 바꾼거죠.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 해본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문과였고, 대학은 게임과 관련된 전공을 했어요.
원래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 기획자가 되고 싶었죠. 그래서 게임 관련 학과에 진학을 한 것이였는데, 학과에서 배운 내용이 기획 분야와는 무관한 부분들이 많았어요.(3D MAX,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것들을 배웠죠.)
그래도 연이 닿아서 게임 기획으로 시작하게 됐는데, 들어간 회사가 개발도 하고 기획도 하길 바라다보니 의도치않게 스크립트 언어인 루아도 접하면서 프로그래밍을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아, 이거 되게 어려운 질문인데요. 제 기준에서 말씀드리자면,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배움의 양이 많다’라는 것 같아요. 게임 기획자였을 때 힘든 점 중 하나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거였습니다.
기획서는 어찌보면 회사마다의 기밀 문서니까 타인의 자료를 참고하는 경우가 어렵기도 하고, 자료도 찾기 힘들었고, 그래서 다른 게임들을 보고 스스로 분석하고 추측해야 했는데 저한텐 이게 어렵고 막막하더라구요.
하지만 개발자로 공부할 때는 정반대였어요. 공부할 내용을 찾으면 누군가가 정리하거나, 관련된 자료들이 많고 하니까요. 아니라고 하시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이 말이 맞는 거겠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제 주관적인 이야기이고, 그래서 개발자가 된 지금에서는 필요한 자료가 많고, 또 제가 배운 내용을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배움의 양이 많다’는건 한편으로 제가 공부할 내용을 필요에 맞게 잘 선별해야하는 것 같아요. 트렌드가 빠른 이쪽에서 제가 공부하던 내용이 몇 개월 지나면 새로운 내용으로 업데이트되는 경우가 많아서, 최신 것이 좋으니까 무작정 배우려고 하던 경우가 있었는데요. 일을 해보고 나니까 그럴 필요 없이 제가 필요한 걸 잘 선별해서 택하고 공부해야 하는게 중요하더라구요. 이걸 파악하는 게 아직도 어렵다고 해야할까.. 양이 많은 만큼 단점이 될수도 있는 것 같아요.
두가지 이유로 밋업을 준비하게 된 것 같아요.
첫번째는 제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다른 행사에 참여자나 스태프로 참석해 본 경험이 있어요. 이제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모임의 주최자로서 참여해보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년 상하반기를 나눠 굵직한 프로젝트를 해보자라고 다짐했었거든요. 상반기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것을 런칭까지 했고, 하반기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게 목표였어요.
두번째 이유로는 저를 포함한 다른 분들이 1년을 되돌아보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니즈가 있었어요. 개발자와 관련된 행사들이 많지만 저의 밋업은 개발자 위주의 행사라기보다는 IT업계의 기획자, 마케터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밋업을 열고 싶었습니다.
홍보할 때 개발관련 IT업계의 구직플랫폼(점핏, 원티드, 로켓펀치 등)에 올려서 사람을 모집(?)한 것은 아니고요, 저는 트위터라는 SNS를 오랫동안 한 것도 있고 익숙하기도 해서 SNS를 활용해서 준비했던것 같습니다.
트위터로 준비를 하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있는데 일단 장점은 홍보 효과가 좋아요. 트위터의 특성상 리트윗 버튼만 누르면 공유가 바로바로 일어나니까 전파속도가 빠르거든요.
단점이라면, 트위터에서 홍보했던 게 다른 곳에 전파되진 않는다는 점이에요. 트위터의 공유 환경은 트위터에서만 도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서, 이게 다른 커뮤니티까지 넘어가지 못한 점은 아쉽더라구요. 물론 제가 기력 때문에 다른 커뮤니티에 홍보 활동을 하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요!
두가지로 말씀드릴수 있을것 같아요.
첫번째는 작년 초 우아한형제들 쪽에서 일하시는 송요창님과 우연히 커피챗을 하게 된 경험이 있었어요. 그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고, 커피챗 이후에 그분께 자문을 구하기도 했어요.
두번째는 개발자 피자 파티에서 스태프로서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때의 경험을 토대로 모임을 만들거나 할 때 이런식으로 하면 되겠다를 배운것 같아요.
장소 섭외같은 부분은 순탄했는데 연설자 분들 중 한 분이 참석자를 위한 간식거리가 준비가 되어있는지 저한테 여쭤보시는 거에요. 행사 자체가 밋업이라는 이름이긴 했지만 사실상 세션이 너무 많았어서 거의 컨퍼런스 급이였거든요…
제가 생각했을 때도 행사 진행이 길어지다보면 모인 사람들이 좀 힘드실수도 있겠다 싶었던거죠. 그래서 잠시 머리도 식힐 겸 군것질거리가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예상도 못했던 부분이라 행사 직전에 깨달은거죠.
덕분에 행사 전에 주문을 하긴 했는데 그게 당일날 도착을 안했어요. 그래서 급하게 다른 분의 도움을 받아서 가까운 마트에가서 급하게 쓸어담았죠. 처음엔 시간 내에 오겠지라고 안심을 했었는데, 배송이 이렇게 늦어진 이유가 뭘까 되짚어보니 11월 중순 말쯤 블랙프라이데이 때문에 배송이 늦어진거같아요. 이런점을 생각 못했다 싶기도 해서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준비 자체는 순탄했던것 같아요. 왜냐하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일부러 기간을 넉넉하게 잡았거든요.
아! 하나 있었어요, 제가 혼자 개최하는 밋업이라 실제로 당일에 스태프분이 저 포함 세명이였는데 그분들이 아니였으면 이 모든걸 다 혼자서 해내야 되는 상황이었단 말이죠.
상상을 해보니 앞에서 누군가는 오시는 분들에게 명찰표를 나눠드리고, 발표 관련해서 장비 체크를 한다거나 이런 것들을 혼자서 하기에 역부족이라는걸 느낀거죠. 당일에 간식공수 할 때 도와주신다는 분이 있었고 다른 분도 도와주겠다라고 해서 역할분담이 잘 된것 같아요. 저는 사회를 맡았고 운영부분은 『튜링의 사과』에서 대표님이랑 먼저 사전 체크를 해보고 도움을 많이 받은 덕분에 무사히 마쳤던것 같습니다.
튜링의 사과는 트위터에서 처음 알게되었어요. 그 당시 다니던 회사랑 제 집이 이 근처거든요. 정확하진 않지만 서점이 오픈한지 한두달 정도 된 시점에 책을 사러 왔다가 이곳을 둘러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때 마침 밋업준비를 해봐야 겠다고 생각을 하던차라 우연히 타이밍이 잘 맞았던것 같아요.
사실 밋업 자체가 처음이라서 좀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소규모로 시작해보자 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튜링의 사과를 발견하게 된거죠.
그리고 대표님과 대화를 나눠보니 대표님도 이 공간이 활성화됐으면 하시더라구요. 저도 밋업같은 소규모 모임을 이런 공간에서 하면 처음 오신 분들이 ‘이런곳이 있구나!’ 라는걸 알게되고 그렇게 입소문이 퍼질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서로 뭔가 윈윈인 상황이였어요.
실제로 공간이 마음에 드는 것도 있었고 준비 과정에서 도움을 받이 받기도 했어요. 대표님 뿐만아니라 디자이너님께서도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셔서 ‘내가 먼저 여기서 해봐야겠다’ 라고 다짐 했던 것 같아요.
우선 좋았던 부분부터 말씀드리면 다양한 분들이 와주셔서 개발적인 이야기보다는 좀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말하시는 분들도 큰 부담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해 드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사실상 이런 자리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니즈는 많았는데, 반대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할 기회는 별로 없으니까 이런점에서는 제가 그 사람들을 만족시켰구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기회가 된다면 또 열고 싶기도 해요.
개선점 같은 경우는 연사가 끝나면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못해서 시간이 너무 짧았어요. 연사자 분들에 대한 시간과 연사 사이의 쉬는 시간만 생각했지 소통하는 시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만일 1시간을 더 진행했더라면 토크쇼 형식으로 다양한 분들의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물론 시간이 충분했어도 제가 주도적으로 잘 이끌고 싶었는데 그 부분이 미숙하기도 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엔 더 잘 해보고 싶어요.
튜링의 사과라는 공간 자체가 개발자의 아지트라는 컨셉으로 자리 잡고 있잖아요. 개발자에 대한 크고 작은 컨퍼런스는 많은데 IT업계분들이 다같이 모여서 교류하는 기회는 드문것 같아요.
그래서 더 다양한 분들과 기술적인 교류를 할 수도 있고 꼭 그게 아니여도 친목을 다질 수 있는 네트워킹이 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언제 하게 될지 확답은 못드리겠지만 상반기에는 지금 하고 있는 개인 프로젝트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마무리 하고, 하반기 쯤엔 이번 밋업보다 비개발자의 비중을 늘려서 더욱 풍성하게 잘 준비해서 하면 좋겠다 라는생각이 있습니다.
갑진년 용의해 용솟음 치는 용기와 함께 좋은일 가득하시길 바라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즘 취업시장이 많이 어려운데 많은 분들이 지치지 않으셨음 합니다. 잘되시면 저 잊지 마시구요 ^..^